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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다.

여느때와 같이 하나로카드를 찍고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런데 저기 아래에서 한 할머니가 계속해서 데구르르 구르면서 보기만 해도 심장이 뜨끔뜨끔할 정도로 뒤집어지고 한없이 구르는 위험한 광경을 보았다.

지하철 2호선이라 내려가는 길이 조금 멀었기 때문에 그 할머니를 바로 도와 드릴 수가 없었다.

지하철 승강장 쪽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바로 도와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서둘러 내려가 계속해서 구르고 머리를 박히고 있는 할머니 몸을 잡아서 바로 일으켜 세우고는 승강장 의자쪽에 앉혀드렸다.

할머니는 나에게 정말 고맙다고 하면서 두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하지만 너무 당황한 할머니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할머니는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든 듯 했고, 머리부분에는 피자국이 조금 보였다.

바로 지하철 경비실쪽으로 연락을 해서 할머니를 모셔가도록 했다.

이런 위험한 광경을 보고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사람들의 눈은 그저 구경거리가 난 듯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더 이상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할머니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상황이 종료된 후 할머니를 잠시 지켜보았는데, 누더기 옷을 걸친 할머니가 학생용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주위에는 할머니가 구해온 듯한 시들시들한 채소들이 커다란 봉지 안에 꾸역꾸역 들어가 있었고,

상추로 보이는 채소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보고도 도와주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누더기 옷을 걸친 할머니의 모습에 병이라도 옮을까봐 만지지도 못했던 것일까?

괜히 도와드렸다가 오히려 다친 부위 때문에 오해를 받을까봐 그랬던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고 바쁜 일상에 쫒겨 다니는 우리들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세상은 살아가기 너무 힘든 빙하기 시대인 듯 하다.

.....

하지만!

이런 보잘것 없는 나보다 훨씬 정의롭고 고마운 분들로 인해 살아가는 재미가 있고 더욱 힘이 난다.

.....

힘내라! 동방예의지국 C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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